춘하추동-조짐의 시작

춘하추동-조짐의 시작

석두 3 3,680
음악실을 들락거리는 부류는 여러 부류이다. 음악이 좋아서, 친구가 좋아서, 시간 떼우기에는 너무나 값 싼,이성을 만나고 싶어서, 그리고 이 음악실을 접수하려고 등이다. 여기서 음악실의 내 친구는 고교동기가 주축이다. 수도권 대학 진학 실패자는 1년 재수 끝에 음악실을 졸업했고, 부산 소재 대학 재학생 동기들과 아예 대학을 포기한 자살전문가와 내가 있었다. 고교 동기 아닌 몇명이 우리와 같이 있었고, 우리와 어울리는 소녀들은 커플로 나를 포함해서 4쌍이 있었고, 싱글이면서 친하게 지내는 소녀들이 많았다. 그 중에 염이와 국민학교 동기가 둘이 있었다. 우린 매일 어불렸는데도 염이는 내 친구들하고 목례 정도로 거리를 두었고,
국민학교 동기인 소녀 둘과는 아주 조금씩 얘기할 뿐이였다. 
7월달, 여름방학시즌이 왔다 그런 염이와 내게 제의가 들어왔다.
일요일날 송정 놀러가잔다. 들어 줄 염이가 아닌데 뜻밖에 가겠단다. 친구들이 놀랬다.
그런데 부산진역 다방에서 기차시간을 기다리는데  염이는 다방에도 올라가지 않고 내게 말했다.
"우리 가지 말자.응"
역정이 난다. 가겠다고 했는데 안 간다면 우짜냐? 친구들 보기엔 이 남자 영 말이 안된다.
그래서 살살 감정 상하지 않게 다둑거려서 송정행 기차에 올랐는데, 우리 일행과는 멀리 떨어지기만 했다. 그리고 송정에 도착하여 잡은 민박집에 그녀는 들어가길 한사코 거부했다.
말이 통하다가도 안 통할때는 매가 약이다. 그러나 팬다고 고분고분할 성질이 아니다.
그래서 둘은 송정 해변에서 보면 북쪽으로 뾰쭉 솟은 구리산으로 갔다.
구리산이란 산명은 송정 해변보다는 엄청 야한 행위가 연인들 사이에 자주 행해진다고 붙은 경상도 방언에서 앞 자를 뗀 것이다. 이 말은 광주에서는 사부타쥬를 뜻한다더라.
나는 화가 무지무지 난 상태였는데 염이는 자신의 행동에 따른 내 성질에는 전혀 관심없는 태도에 오히려 방방 뛰는 날 이상하게 본다. 그래서 화가 더 났다. 그날 새로 샀다는 솔드백인지 뭔지 빼앗아 소나무 둥치를 후려치니 빽 끈을 이어주는 고리 링이 팅겨 나가 솔더 빽이 핸드빽이 되어버렸다.
그때서야 나도 내가 화를 낸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걸 알았다.
부산진역에서 출발하는 동해남부선은 12시에 있다. 딱 1시간 걸린다. 부산으로 가는 기차는 밤 9시경으로 기억하고 있다.
7시간을 우리는 기다려야 부산행 기차를 탄다. 그 동안 우리는 그 산에서 무얼 해야 했나.
그냥 애기 나누고 뽀뽀도 하고 딥 뭐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햇살이 기웃할 때 산에서 내려왔다.
여름은 참 해가 길다. 우리는 소주 한병과 맘마비스켓 한통을 사서 송정의 반도인 동산의 끝쪽 바다와 인접한 바위위에 앉아 소주를 마셨다. 내 5잔, 지 2잔.
그 날 염이는 나의 입대 후를 겁을 내고 있었다. 상상하기도 싫단다. 진짜 죽고 싶단다.
동생과 둘이서 이복 형제들의 구박도 너무 힘든다며 날 더러 군대 안가면 아니 되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난 결론이 이 애의 헤프닝이다.
'나 죽을래'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바다물 가까히 있던 내가 간신히 잡아 끌어 올렸는데 허벅지 앞이 날카로운 바위에 긁혀 새로로 긴 상처가 여러 줄 났다.
그 상처에빠알간 피간 동그랗게 맺힌다.
이제 내가 미친다. 내 군대 기피할테니 제발 이러지 말라고 달래고 달래는 데 부산행 열차 기적이 아련하게 들린다. 그 자리에서 역까지 뛰어가도 20분 걸릴꺼다. 열차는 1분 후면 송정역에 닿을거고 또 1분 후면 미련없이 떠날거다.
그날 우리는 내가 고등학교 때 이용했던 민박집에서 첫날밤을 보내야했다.
밤새도록 우린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른다. 어른 흉내내기에는 아직은 경험이 일천했고, 뭐가 성공이고 뭐가 실패인지 구분도 못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주고 받은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 희망에 거는 안타까움이다.
내가 군대간다고 아주 가느냐? 재수 좋으면 부산땅에 배치 받아 자주 외출 나올 수도 있지 않느냐에,
강원도 산꼴짝 가면 1년에 한번 휴가 나올껀데 어찌 기다리느냐?
그 밤의 결론은 내가 군에 가면 염이는 가출하여 니나노집에 가서 술시중 들겟단다.
그나마 내 때문에 가정생활을 견디는데 이제는 지쳤단다.
날이 샌다. 이제 우리는 새벽차 타고 부산으로 가야하는데 내가 불쑥 한마디 했다.
"염아, 늬 집에 가서 화구 챙겨온나, 우리 여기서 그림 한 폭 그리자" 내 딴에는 또 다른 놀리거리로 지 맘 좀 달래줄려고했는데 좋다고. 염이는 갔고 나는 잠이 들었다.
그 애가 화구라고 들고 온 아트박스를 받아 들려니 주지를 않는다. 안에 있을건 유화물감, 붓 몇자루인데 안 주는게 수상해서 힘으로 뺏아 열어보니 안에는 물감대신 기초화장품이 달그락거리고 있었다.
이게 무슨 뜻이냐?
울산에 이모가 자그마한 절간을 갖고 있는데 한 며칠 거길 가겠단다.
말이야 미스타전 군대 가는걸 기도하고, 이붓 오빠 등쌀도 벗어나고 그런다고 보내달란다.
3일을 있다가 7월 28일날 음악실 갈께.
1시에 부산발 경주행 동해남부선이 송정역에 닿는다. 그 10분 뒤에 부산행 열차가 내려온다.
둘은 송정역 프랫홈에 서서 사흘간의 이별을 아쉬워한다. 그리고 기차가 왔다. 그녀는 설설 출발하는
기차에 오르면서
"우리 집 식구들한테 나 울산에 갔다는 말 하지마!"
나를 훨낏 돌아본다.
그 순간 이건 아니다! 강렬하게 나를 때리는 것이 있었다.
기차는 차츰 속력을 내고 나는 뛰었다.
뒤에서 "득마나"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자리에 푹 주저앉아 커브를 돌며 사라지는 기차의 뒷 모습만 보고있었다. 

Comments

mamelda
자염이를 고마 사귀삔거네요~~~ 보디가드람서요 ㅠㅠ

다음은 언제???? ㅎㅎ 
명랑!
밤 새도록...emoticon_013 
★쑤바™★
뭘까???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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